노후경유차 폐차를 앞두고 있는, 그동안 힘든 일을 해결해 준 봉삼이의 마지막 주행 기록
어차피 폐차는 해야하고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부모님댁에 옮겨놓기 위해 차를 갖고 나가서 폐차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싣고 밭에 내려놨던 가지파쇄기를 싣기 위해 밭으로 갔다. 생각보다 무거운 녀석이라 혼자 싣기 위해 고생을 좀 하긴 했다. 다행히 어찌어찌 굴려서 돌담 위에 올렸는데 적재함 바닥 높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트럭에 밀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마도 그 결과 내 허리가 나간 것 같기도 하고.... 이 작업을 하기 위해 나무 팔레트를 하나 썼고, 예전에 관리기를 차에 실을 때 쓰던 방부목을 적절히 활용했다.
그리고 완도로 가는 배를 타러 가야하는데 자동차등록증을 빠뜨리고 와서 잠시 기다리는 중.
이렇게 보면 아직 차 상태는 좋은 것 같은 느낌이다.
시내에 차가 막혀서 아슬아슬하게 공인계량소에 들러서 무게를 측정하고 제주항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계량 수수료가 더 비쌌던 것 같은데... 내렸나?
제주항에 도착해서 순서를 기다리다 차를 실었다. 다행히 1층에 선적! 2층에 실으면 내릴 때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아주 다행..
이것도 마지막이 될거라 배에 실어놓은 모습도 사진으로 남겨둔다.
배에 봉삼이를 싣고 터미널로 와서 예매한 표를 받으려는데 이벤트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운전자 요금이 무료라네! 그래서 차액만큼 카드 승인을 취소했다. 이리하여 돌아오는 비행기 표는 공짜가 되었네!
원래 배 안에서 자야 하는데.. 그래야 밤에 달려서 갈 수 있는데 실패했다. 커피를 마신 탓인지.. 그래서 미리 전화기에 저장해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이었나? 영화를 보고나니 완도항에 도착했다. 완도항에 내려서 순살치킨을 하나 사서 달려가면서 먹을까 했는데 치킨집 앞을 지나가면서 보니 왠지 안먹고 싶네.. 그래서 잠시 마트 앞에 차를 세우고 바람에 펄럭거리는 타프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번엔 장보고마트 말고 다른 마트. 그리고 마트에 들러서 과자와 물과 음료를 사서 차에 싣고 출발! 평소와 달리 천천히 달렸다. 마지막 주행인데 평소 100km 를 넘기지 않던 봉삼이라 갑자기 장거리 주행을 하다 혹시나 탈이 나지 않도록.. 그나마 야간 주행이라 냉각계통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더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천천히.. 고속도로에서도 시속 80~90km 정도로 달렸다. 그러니 평소보다 오래 걸림.. 결국 마지막 휴게소에서 잠깐 자고 부모님댁에 새벽 4시가 다 되어서 도착했다. 약 30km를 남기고 주유경고등도 켜지고....
아침에 싣고온 짐을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적재함 문짝을 기증하기 위해 기다리는 봉삼이..
그렇게 적재함을 넘겨주고 녹이 슨 적재함 문짝을 달고 마지막으로 폐차장 견인차를 기다릴 장소에 주차를 했다.
광명에서 사와서 처음 제주도로 올 때 가구와 관리기를 실어온 뒤로 그간 농기계도 실어나르고 비료도 실어나르고 가구도 실어나르고.. 집 지을 목재와 자재도 실어나르고.. 필요할 때마다 유용하게 잘 썼다. 이 녀석 덕에 집을 지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별다른 잔고장도 없어서 정비소에 갈 일도 없었던 우리 봉삼이는...
21만km를 달리고 폐차장으로 갔다. 아마 6월 7일자로 폐차장에 갔으니 곧 말소 처리까지 끝나지 않을까 싶다. 항상 이 녀석이 차지하고 있던 서광리 마당이 비어있는 모습을 보니 허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