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그란폰도에 가고 싶었지만 교통편이 애매해서 포기하고 대신 통영에 가기로 했다. 근데 왠지 획고 3,000m를 찍어보고 싶은 마음에 도전!
일단 ICC Jeju에서부터 영실 입구까지 올라간다. 아침에 추워서 입고 나간 조끼를 벗지 않고 오르막에 진입했다가 후회를 하고 회수 교차로? 근처에서 조끼도 벗어버리고 계속 올라간다. 지난 달인가? 아침 최저 기온이 29도를 찍던 날 1100고지에 가며 땀을 엄청나게 흘린 뒤 거의 한 달 만인가? 최저기온이 19도를 찍는다. 날씨 참..
약간 어두울 때 출발해서 전조등을 1단계로 켜고 달렸다. 아무래도 다른 차들이 나를 좀 더 잘 보는 것 같다. 배터리가 얼마나 가는지 종일 켜고 달려볼 생각이다.
간만에 올라가는 영실. 주차장을 지나 가파른 구간에서 역시나 산소가 부족한 느낌과 함께 힘들게 올라가서 기념 사진을 남기고 바로 철수.
올라갈 때 봤던 표지판 앞에서 잠시 멈춰서 안내문을 읽어본다. 아니!! 여기서 저기 아래까지 이어진다고? 예전엔 등산로로 썼다고? 그럼 다음에 산악자전거를 타고 와서 내려가볼까? 탐라대 앞에 차를 놓고 올라오면 되지 않을까?
역시나 한라산 답게 흙먼지 휘날리는 길은 아니고 돌탱이 가득한 그런 길이다. 계속 이런 식이면 좀 곤란한데?
신나게 내리막을 달린 다음 다시 오르막.. 꾸역꾸역 밟아서 1100고지에 왔다. 하얀 물통에 넣어둔 딸기우유를 마시고 남으로 내려갈지 북으로 내려갈지 결정하기 위해 제주대 후문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니 남으로 내려가 성판악을 넘으면 될 것 같다.
돈내코 옆 편의점에 들러 에너지바를 사서 먹고 다시 성판악으로 가는 오르막을 올라간다. 예전보다 힘들어.. 그래도 반장갑을 끼고 있어서 달리는 중에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이제 성판악까지 6km 남았다. 숲터널 구간을 제외하고는 갓길을 적절히 이용하면 차랑 뒤섞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해서 사진을 남기고.. 여기가 해발 750m 란다. 근데 잘 보이지 않는 표지판..
11시가 다 되어서 도착했는데 등산객은 거의 없다. 하긴 이미 다 올라갔을 시각이긴 하다. 이제 여기엔 매점도 없고.. 오래 머물 이유가 없는 곳이다. 바로 내려가자.
약속장소에 도착했는데 내가 좀 더 빨리 온 모양이다. 짐을 다 풀어놓고 기념 사진. 저기 백일흑야에서 점심을 먹자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고 다른 식구들은 노꼬메 오름?에 갔다가 오기로 했는데 내가 이겼다<?>
이번엔 마라우육탕면이다. 찬바람을 맞으며 내리막길을 달린 다음 먹으니 좋네! 여름에 에코랜드 호텔에 가는 길에 자주 가던 식당이 문을 닫는 날이라 우연히 왔다가 아주 빠져든 곳이다. 근데 주로 자전거를 타는 토요일에 문을 닫아서 이번엔 토요일에 밭을 갈고 일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점심을 먹은 다음엔 옆에 있는 에이바우트에 들러서 커피를 마시고 아이 학원 숙제를 하다보니 오후 3시가 되었다. 얼른 출발해야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갈 수 있다. 근처 편의점에서 게토레이 두 명과 초코바 3개를 챙겨서 다시 집으로 간다. 제주대 후문에서 1100고지 입구로 가는 길은 처음 달려봤는데 주로 오르막이다. 예전에 반대로 달릴 땐 내리막이라 좋았었다. 초코바를 먹고 꾸역꾸역 달려서 1100 입구에 도착했다. 혹시 모르니 전조등 배터리 지속 시간을 확인해봤는데 1100을 넘어서 집으로 가더라도 충분할 것 같다. 그래서 1100을 넘어서 간다. 그래도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올라갈 때는 깜빡임 모드로 설정을 했다.
북에서 남으로 가는 코스는 초반에 나오는 오르막만 잘 넘기면 남->북 보다는 쉬운 느낌이다. 그러나 이미 영실을 찍고 성판악을 넘은 탓에 힘들다. 아주 힘들다고 느낄 때쯤 어리목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 아껴두었던 에너지 젤을 하나 뜯어먹었는데 이게 확실히 효과는 있다. 그런데 오래가지 못한다. 에너지 젤을 먹을 때 초코바도 하나 먹을 걸 그랬다고 후회를 하면서.. 가는데 눈 앞에 도토리같은 것이 보인다. 이게 뭐지? 하고 살펴보는데 쥐다!! 아주 작은 쥐!! 근데 갑자기 자전거 바퀴 쪽으로 달려오는 바람에 밟는 줄 알았네;; 그 뒤로도 계속 달린다. 내려오는 차는 많은데 올라오는 차는 없어서 달리기는 편하다. 1100고지가 4km 남았단다. 거의 마지막 가파른 오르막을 넘겼고 이제부터는 좀 편한 길이다.
1100고지에 도착했는데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그래서 화장실부터 다녀와서 버스정류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내려가려는데 표지석이 비었네?
그래서 다시 기념 사진! 이번엔 반대방향으로 갈 거라 자전거도 돌려서 세워놨다. 아침에 달고 왔던 포카리스웨트 병은 차에 실어보내고 그 자리에 게토레이. 어리목 주차장에서 다 마셔서 빈 통이다.
다시 내리막을 신나게 달려서 집으로.. 중간에 2단계로 올렸는데도 전조등 배터리는 충분했다. 앞으로 장거리를 달릴 땐 종일 켜고 다녀야겠다. 그리고 주행거리는 약 10km가 부족하지만 획고는 지리산 그란폰도를 넘어섰다.
그리고 정말 힘들다고 느낀 영실 매표소 구간에선 PR!!
다음 주에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