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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ycle/달리기

완도-목포 당일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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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기엔 평속이...
원래 계획은 1100도로를 넘어 자전거를 타고 달려 진도항으로 가는 배를 타고 가서 첫 날 완도까지 달려가고 이틑날 밤에 여수에 도착해 자정 넘어 출항하는 골드스텔라호를 타고 제주도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아오기로 계획한 날부터 선박 안전 점검이라며 휴항.. 그래서 어찌할까 고민을 하다가 코스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월요일 아침 7시 30분에 완도로 가는 배를 타고 나가서 완도에서 목포로 바로 달려가면 시간도 남고 거리도 짧으니 완도 주변을 좀 돌아다니다 목포로 가서 새벽 1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고 제주도도 돌아오기로.  
아침 일찍 출항하는 배를 타야해서 팀카<?> 드라이버 지원을 받아 아침 일찍 터미널에 도착했다. 종이가방엔 배 안에서 먹을 컵라면과 간식을 담아놨다. 2년 전 통영 그란폰도에 나간다고 왔던 터미널인데 둘 다 자전거는 그 때 그 자전거가 아니다. 내 자전거에 달린 휠셋만 그 때와 똑같구나.

완도로 가는 배는 사람들이 타는 곳으로 자전거를 들고 올라가서 나름 고정장치에 묶어야 한다. 이 날은 우리만 자전거를 갖고 가는 모양이다. 

배 안에서 라면을 먹고 빵도 먹고 간식도 먹고.. 잠을 자는건 실패했고.. 대충 뒹굴거리다보니 완도에 도착했다. 날씨가 좀 흐리고 먼지가 많아 좀 안타까운 날이긴 하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니 다행.

이래저래 준비를 하고 10시 30분 정도에 출발했다. 우선 완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달려 완도를 탈출하다가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다. 큰 체인링으로 올라가던 체인이 프레임과 체인링 사이에 끼어버리는 불상사가..  프레임 보호용 철판이 휘어졌고 그래서 체인이 낀 모양이다. 힘으로 잡아당겨서 체인은 빼냈지만 프레임은 좀 긁히고... 출발 전에는 신발 밑창이 떨어져 있었는데 이제 자전거가.... 그래도 몸은 별 문제가 없으니 다행이다. 한참을 달려 가우도 출렁다리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인데.. 이번엔 이 섬으로 가는 다리를 지름길로 이용한다. 이 다리가 없었으면 강진까지 달려가서 돌아나와야 했을..

다리 중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기념 촬영을.. 

출렁다리라고 해서 정말 걸어갈 때 출렁출렁 흔들릴 줄 알았는데 그런 구간은 없었다. 그래서 약간은 실망.. 

다리를 다 건너가니 편의점이 하나 보인다. 삼각김밥과 라면을 먹고 가려고 들어갔는데 좀 독특한 편의점이다. 김밥 종류는 하나도 없고 컵라면도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그리고 찻잔, 밥그릇 등등 도자기를 잔뜩 진열해놨다. 삼각김밥은 포기하고 라면을 사서 계산하러 갔더니 나가서 먹으란다. 원래 그럴 생각이었는데 가게 안에서 음식 냄새를 풍기지 말라는 것 같다. 기분은 별로..
다시 열심히 달려서 완도로 진입하기 전에 정면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여서 들어갔다. 당연히 무인 점포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놀랐던..  딸기맛 붕어싸만코를 하나 먹고 다시 달린다. 지금까지 걸린 시간을 보니 왠지 정남진은 코스에서 빼야할 것 같다. 

다시 완도로 돌아와서 이번엔 동쪽을 따라 달려 완도에서 벗어나 처음 보이는 마을에 들러 편의점에 들렀다. 삼각김밥 두 개와 콜라 한 병을 샀다. 오늘 처음 먹는 밥이다. 콜라가 이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줄은 몰랐다. 다시 출발하기 전에 망가진 내 신발 사진을 좀 찍어놓는다. 뒷굽 고무도 망가졌고.... 진작 확인을 했어도 별다른 방법이 있진 않았겠지만 밑창이 떨어졌을 줄은 몰랐다. 

 r171모델은 바닥이 전부 불량인 모양이다. 원래 신던 신발도 밑창이 떨어져서 이 신발로 바꾼건데 이게 더 심하게 빨리 망가진다. 혹시나 완전히 떨어져버릴까봐 신경을 쓰면서 달릴 수 밖에 없다. 떨어져버리면 청테이프라도 사서 감아야지 뭐 방법이 있나.

편의점 건너편에 비석이 하나 있어서 보니 효자비!!!

이제 드디어 완도 주변 동그라미 두 개를 완성했다. 역시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것은 오르락 내리락 구불구불..  정남진을 빼버려서 이 정도인데 정남진까지 집어넣었으면.. 어우야... 이제 땅끝마을을 향해 달려갈 차례이다. 

제주도에서는 이제 보기 힘든 꽃을 보면서 달려간다. 요즘 기온은 옷차림을 결정하기 참 어려운 수준이다. 콜라를 마시고 출발한 탓인지, 지역 특성인지 한동안 추워서 힘들었다. 조금 달리다보니 좀 나아지긴 했지만 장거리를 달릴 때 옷을 더 챙기는 것도 쉽지않고.. 역시 긴바지를 하나 사놔야 하나 싶다. 

완도에서 땅끝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편안했다. 땅끝마을에 이르러서야 오르막이 좀 나타나는 정도. 예전에 없던 조형물도 만들어놨다. 기념 촬영을 하고 잠시 고민을 했다. 땅끝 전망대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모노레일을 타면 전망대로 바로 갈 수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면 전망대 근처까지만 갈 수 있고, 여기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야 한다. 건너뛰자고 했지만 같이 간 자가 꼭 가야겠다고 해서 갔다. 

좀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니 지도에 있던 가게도 공사중이고.. 그나마 작은 전망대가 하나 있고 화장실이 있네. 여기 전망대는 통영 어딘가와 매우 비슷한 느낌이다.  여기쯤 오니 완도 터미널에서 채워온 물병이 거의 바닥을 보인다. 고개를 넘어가면 나오는 편의점에 들러 물을 보충하기로 하고.. 같이 간 자가 화장실에 간 사이 기다리며 지도를 보니 여기에서 산길을 달려가면 고개 하나를 피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설득 실패.. 다시 내려가서 고개를 넘어야 한다.

바로 이 고갯길이.. 약 23년 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길 가에 깔린 자갈에 미끄러져 넘어졌던 그 고갯길이다. 다시 와보니 어디서 넘어졌는지 알겠다. 여전히 길 가장자리에 자갈이 깔려있더라. 
고개를 넘어 편의점에 갔는데.. 과연 장작은 얼마일까? CU장작과 장작 10kg은 다른 물건인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가게 옆에 있는 안내문은 충격적이다. 

다시 달려간다. 슬슬 배가 고파오고 날은 어두워지는데 시골 동네엔 편의점도 없고 식당도 없고.. 그 와중에 내 전화기는 gps 신호를 잡지 못해서 엉뚱한 길로 달려가고.. 겨우 하나 발견한 편의점에 들러 라면과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 뒤 다시 달리는데 이 동내는 엄청 춥다. 얼어죽을 뻔..
드디어 영산강을 건너 목포 시내로 들어왔다. 차들이 뭔가 좀 험악한 느낌이라 인도를 따라 천천히 달려가는데 정말 위험한 동네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 그러나 목포는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동네가 아닌 것은 확실히 알겠다. 신시가지를 시나 목포역 근처로 왔다. 그런데 식당이 다 문을 닫았네...

터미널 근처로 가도 마찬가지다. 문을 연 식당은 별로 없다. 그나마 문을 연 곳이 몇 곳 있지만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목포로 오는 길에는 삼계탕을 먹을까 추어탕을 먹을까.. 홍어를 먹을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말짱 꽝이다. 그래서 통영에서 돌아오는 길에 했던 것처럼 치킨을 터미널로 배달시키고 배에 자전거를 먼저 실었다. 목포에서 제주로 가는 배에 자전거를 실어본 것도 18년 전 일인가보다. 여기는 차량 진입로를 따라 가서 자전거를 먼저 싣고 내린 다음 다시 일반 승객과 함께 개찰을 하고 배에 타는 방식이다. 새벽 1시에 출항하지만 21시 30분부터 배에 탈 수 있는 것 같다. 치킨을 받아서 배에 타서 1인 1닭을 실천하고 이를 닦고 휴식. 그나마 신시가지에서 9시 50분에 다이소에 들러 미리 필요한 것을 사놔서 이를 닦을 수 있었다. 

오늘 달린 거리는 216km이다. 정남진을 집어넣었을 때 250km정도가 나왔는데 그랬으면 목포에 11시가 넘어서 도착할 수 있었으려나?

목포에서 새벽 1시에 출발한 것 같은데 제주항에는 5시 45분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자전거를 가지러 먼저 가야하는데 계단이 정말 좁고 가파르다. 그리고 몇 층으로 가야하는지 안내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3층 갑판에 자전거가 있었는데.. 그걸 알려주는 안내문이 하나도 없네.. 배에서 내려서 연안 여객선 터미널로 이동해서 짐을 다시 정리하고 제주대학교 쪽으로 가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이른 아침인데 해장국집이 문을 닫은 곳도 있었고 소방서 건너편 골목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제주대학교를 관통해서 후문에 있는 카페에 들러서 좀 쉬어가기로 했다. 아침일찍 움직이는데 너무 추워.. 그리고 아침을 먹었으니 화장실에도 가야하고...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이러저러한 준비를 한 뒤 9시에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1100 정상까지 편의점도 없으니. 아 물론 관음사 등산로 입구에 매점이 하나 있긴 하지만.. 바로 옆 편의점에 들러서 양갱을 하나 샀다. 그리고 출발! 여기에서 1100도로 본격 진입 전까지는 꾸준히 오르막이다. 한참 가다보니 같이 간 자가 보이지 않아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그 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출발. 쫓아가보자.

본격 오르막 입구에서 그 자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꾸준히 올라가는데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이가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오르막에서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잡는 즐거움이 있는데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배가 고파서 어리목 입구에 멈춰서 화장실에도 들렀다가 양갱을 까먹었다. 그러고 앉아있으니 다시 그 자가 지나간다.  다시 출발.

좀 더 가다보니 그 자가 보인다. 다시 따라잡고 꾸준히 올라가 정상에 도착했다. 이 자전거를 타고 처음 올라온 것 같다. 일단 올라왔으니 무조건 기념사진을 남겨야 한다.  사진을 찍고 내리막을 한참 달려 내려가야하니 다시 바람막이를 꺼내입고 두건도 챙겨쓰고 있으니 그 자가 달려온다. 

동광육거리에 있는 꽈배기 가게에 들러 팥 도너츠를 먹겠다고 결심을 하고 다시 달려가는데 결국 동광에 이르지 못하고 마지막 고개 입구에서 멈췄다. 배가 고파서 마지막 남은 양갱을 까먹는다. 그리고 다시 달려서 꽈배기 가게에 도착했는데 정기 휴일이란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제대로 먹지 못하는 여행이 되는구나.

그래도 1박 2일 별 사고없이 잘 다녀왔다. 이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목포에서 군산으로 간 뒤 금강을 따라가 이화령을 넘어 낙동강을 따라가다 남지에서 남강으로 갈아타고 지리산을 지나 영산강을 따라 돌아올 생각을 했었는데... 목포가 너무 무서워서 고민이 된다. 하아..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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