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제주 폴리텍 대학. 육지의 다른 동네와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날짜도 단 하루.. 찾아보니 여기엔 Rhino3D가 있단다. 그래서 내 노트북을 챙겨서 가야한다. 일주일 전부터 포맷하고 준비를 하는데 이상하게 드라이버를 깔면 컴퓨터가 먹통이 되는 문제가 생겨서 겨우 해결하고.. Fusion 360를 설치하고 큐라를 설치해도 되는지 아닌지를 몰라서 설치했다가 지우고 혹시 몰라서 설치파일은 남겨놨다. 시험장은 오프라인 환경이라 혹시 필요하면 바로 설치할 수 있게 준비를 해 둔 것이다.
9시부터 12시까지 시험이라고 해서 8시40분 정도에 도착하게 갔다. 12시에 끝나면 충분하겠다 싶었는데 왠걸.. 다른 시험장에서는 슬라이싱까지 빨리 마치면 먼저 프린트를 시작해서 일찍 마치고 나갈 수 있다던데 제주 시험장은... 모델링~슬라이싱을 하는 장소와 프린터가 있는 장소가 다르단다. 그래서 1시간동안 슬라이싱까지 마치고 다같이 이동해서 프린트를 한다고..... 일단 일찍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이다 싶었는데.. 개인 노트북을 확인한다고 어떤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검색을 하는데 *.bak파일이 두 개 나온단다. 그걸 지우라고 해서 지우고.. 물어보니 큐라는 설치해놔도 상관없다길래 다시 설치는 했는데 프린터 설정하기가 번잡해서 슬라이서는 시험장 컴퓨터를 쓰기로 했다. 다른 응시자들의 이러저러한 문제와 질문을 해결하고 정작 시험 시작은 9시 36분. 집에 13시까지는 돌아와야 하는데.. 이거 시작부터 별로..
여튼 모델링을 시작하는데 다행히 쉬운 도면이 나왔다. 바로 이 녀석!
그래서 후다닥 모델링을 하고 파일을 옮겨서 레이어 높이 0.15mm, 내부 채움 30% 로 설정을 하고 슬라이싱을 해보니 대략 54분 정도면 프린트는 끝날 것 같았다. 채움을 20%로 바꿔도 시간 차이가 거의 없어서 그냥 30%로 했다. 이렇게 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다시 하나하나 모델링 수치도 확인을 하고, 심지어 g-code시작 부분도 확인을 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서 이것저것 살펴보다 보니 필라멘트 세팅이 ABS로 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분명 시험지에는 PLA를 제공한다고 나와있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며 세팅을 PLA로 바꿨다. 그리고 저장한 파일을 전부 시험장 컴퓨터로 옮겨서 제출한 뒤, 다 같이 다른 건물로 장소를 옮겨 프린터 앞으로 갔다.
이 시험장에 있는 프린터는 큐비콘 9600인가 하는 모델이다. 다섯 대를 예열을 해놨다고 아무거나 골라서 쓰라고 하길래 하나를 골라서 베드 점검하고 노즐 확인하고 바로 프린트를 시작하고 노즐이랑 베드 온도를 살펴보니 245도에 90도.. 너무 높아서 빨리 식으라고 뚜껑도 열고 부채질을 해서 프린트를 시작했고, 첫 레이어는 안착이 잘 되었다. 그렇게 프린트를 잘 하고 있는데 시험 관계자가 와서 나한테 PLA로 세팅을 했냐고 물어보네? 응? 당연한 것 아닌가? 했는데 여긴 전부 ABS 필라멘트로 세팅을 해놨단다... 헐.. 분명 문제지에는 PLA라고 나와있는데?
설령 PLA대신 ABS를 쓰더라도 슬라이싱을 하기 전까지 아무 말도 없다가 그걸 지금 알려주네?? 내가 제일 먼저 프린트를 시작했는데.. 다시 해야하네? -__-;; 그럼 나 말고 다른 응시자들은 전부 큐라에서 필라멘트 설정을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말? 그 사이 바로 옆 응시자는 슬라이싱을 잘못해서 프린트하다 실패하고 탈락..
프린트물을 제거하고 다시 온도를 조절해서 프린트를 시작했는데 어째 아까보다 프린트 상태가 좋지 못하다. 살짝 타는 것 같기도 하고 말려 올라오고.. 그래서 시험관계자에게 정말 ABS를 쓰는 것이 맞는지 물어봤다. 오히려 더 프린팅 품질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일단 지금 프린트 하는 것은 그대로 진행을 하고 다른 프린터에서 하나 더 뽑아보자고 해서 바로 옆, 그 탈락한 자리의 프린터를 써서 프린트를 시작했는데 이건 노즐이 막혔는지 안된다네? 그래서 다른 프린트를 골라서 필라멘트를 끼우고 다시 프린트를 시작.
그러는 사이 계속 프린터를 지켜보는데 노즐 온도가 245도로 설정을 해놨는데 자꾸 떨어져서 230도 언저리에서 오락가락한다. 다른 프린터는 어떤가 싶어 살펴보니 245도를 유지하는 녀석이 있고 그렇지 못한 녀석이 있네? 그리고 한 녀석은 베드 온도가 80도 정도로 떨어져서 출력물이 뒤틀려 있었다. 그런데 해당 응시자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결국 이 응시자는 모델링을 할 때 배번호를 넣지 않아서 탈락;;; 그걸 보고나니 내 프린터의 노즐과 베드 온도를 지켜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시 245도로 올라갈 줄 알았는데 계속 230도 언저리를 맴돈다. 그래서 혹시 모르니 프린터가 이상하다는 것을 관계자에게 알렸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서포트 하나가 떨어졌다. 살다살다 이런 꼴은 또 처음일세.. 또 관계자에게 노즐 온도가 떨어져서 레이어 접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일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필라멘트 정보가 잘못되는 바람에 다시 시작해서 늦어진 것도 신경이 쓰이는데 노즐 온도가 떨어져서 서포트가 떨어져 나오기까지 하고... 프린트 진행 시간을 보니 슬라이싱 할 때의 예상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고.. 아주 그냥 환장할 노릇이었다. 혹시나 해서 다른 프린트의 진행상태를 보니 이 녀석은 예상했던 시간이면 끝날 것 같네? 아.. 내가 고른 프린터가 불량이네 -_-;;;
여튼 이러저러해서 1시간 넘게 걸려서 프린트가 끝나자마자 살펴보니 서포트가 떨어져 나간 부분이 살짝 내려앉기는 했지만 완전히 망가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장갑 끼고, 보안경도 쓰고 결과물을 뜯어내서 서포트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이 커터로 시작.
롱노즈 플라이어나 니퍼는 쓸 일이 없었고 챙길까 말까 하다가 혹시 모르니 가져가보자며 챙겨간 커터칼은 아주 유용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brim 옵션은 하지 말자... 이 녀석이 작은틈을 다 막아버리는 바람에 그거 뜯어내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혹시나 베드에 잘 붙지 않을까봐 골랐는데 이게 걱정이면 차라리 raft를 골라야지 brim은 아니네.. 여튼 서포트를 다 제거하고 내려앉은 부분도 적당히 제거하니 일단 움직이기는 한다. 그래서 그걸 제출하고 다시 모델링을 했던 곳으로 돌아와서 노트북에 저장한 파일을 삭제한 것을 확인하고 퇴실... 하기 전에 응시확인서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큐넷 홈페이지에서 발급할 수 있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퇴실.
합격인지 불합격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아주 심장이 쫄깃해지는 실기시험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만약 서포트가 떨어져 나가서 변형된 것 때문에 떨어지면 시험 진행과정의 여러 문제를 모아서 정식으로 항의해야지.
이번 실기시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 노트북에 모델링 툴과 슬라이싱 툴은 설치해놔도 된다.
- 시험장에서 쓰는 필라멘트 종류는 한 번 더 확인하자.
- 프린터 상태는 복불복이다.
- brim보다는 raft 그러나 skirt로도 충분하다
- 커터칼은 생각보다 유용했다.
그런데.. 돌아와서 홈페이지에서 확인서를 신청하려고 했더니... 합격자 발표일부터 발급 신청을 할 수 있단다.. -__-+++
뭔가 여러 가지로 미흡한 제주 시험장인 것은 분명하다. 떨어뜨리기만 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