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오늘이 말레이시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토요일이다. 이제 차도 없고.. 그러니 주차 걱정 없이 도심을 돌아다녀볼 생각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네;; 마구 쏟아지는 비는 아닌데도 번개가 치고 천둥 소리가 들린다. 여기 와서 천둥, 번개는 하도 자주 봐서 이제 무덤덤.. 아기들도 별로 놀라거나 하지 않더라.
아침을 먹긴 해야 하는데 비가 와서 멀리 가지 못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곳으로 갔다. 딱히 끌리는 메뉴가 없어서 볶음밥을 주문했다. 이 나라는 어딜 가든 볶음밥을 시켜서 실망하는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매일 아침 마시는 시원한 참 한 컵! 한국에 돌아가서 몸무게를 확인해보면 완전 망가져 있을 것 같다. 먹는 음식이 대부분 기름에 볶거나 튀긴 것들인데다가 같이 마시는 음료가... -_-;; 운동량은 급격히 줄었고 섭취량은 급격히 늘었으니 보나마나.. 열심히 자전거를 타며 쌓아올린 것도 와르르 무너져 내렸을거다. 완전 초기화가 바로 이런 것.
처음 간 곳은 국립 모스크. 갈 때 타고간 차는 택시였다. 토요타에서 만든 차. 얼핏 주행거리를 보니 40만km를 조금 넘겼더라. 기사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 차는 5년 정도 되었고, 요새는 최장 15년까지 택시로 사용할 수 있단다. 10년이 지나면 매년 검사를 받아서 1년씩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주행거리는 100만km를 넘긴다고. 그 다음엔 택시로 이용할 수는 없지만 자가용으로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단다. 여튼. 모스크에 도착해서 빌려주는 옷을 하나 입고 들어가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계단이었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상태로도 부서지지 않고 버티는게 신기하긴 했다.
모스크에는 처음 들어와 보는건데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기둥도 신기하긴 했다.
여기가 본당인 모양인데 스테인드 글라스는 정말 지금 봐도 놀라운데 예전에.. 아무 것도 없던 시절에 저걸 처음 본 사람에겐 어떤 느낌이었을까?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반복적인 패턴은 내부 기둥에도 있었다. 저걸 일일이 다 팠을까 아님 틀이 있어서 그걸로 눌러서 만들었을까?
모스크의 창 너머로 보이는 모토로라 건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라는데 높이 말고는 다 잃은 건축물같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나.. 주변과 어울리는 모양도 아니고.. 흉물스럽다고 해야 할까보다.
이 공간은 본당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 공간이 아닐까 싶은데, 왜 저렇게 기둥을 많이 만들어놨는지가 궁금해지는 그런 곳이었다. 역시나 모든 기둥은 아래보다 위가 더 굵다.
모스크를 돌아보고 바로 옆에 있는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발견한 나방. 내가 배운 바로는 앉아있을 때 날개를 접으면 나비, 펼치면 나방이라 이건 나방이다. 그 옆에 날개를 접은 녀석은 나비!
이슬람 문화 자체가 낯선데 여기서 본 그림은 낯설기도 하지만 인상적이다. 당시 흑백사진에 맞서는 사실적 묘사를 강조하는 그림이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은 이스라엘로 가는 길이라고 했던가?
이건 사막에서 말과 쉬는 모습인 것 같은데..
이건 경호원? 보초? 손에 들고 있는 것이 그냥 막대기인줄 알았는데 총이었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것도 총과 단검.
그림을 돌아보고 미술관 안에 있는 가게에 가보니 이런 보드게임도 팔더라. 역시 이슬람 문화권! 그리고 맨 꼭대기 층에는 이슬람과 중국의 교류를 설명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이건 조금 더 공부를 해보고 싶다. 한반도만 너무 유교+불교에 집착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 다음엔 다시 그랩을 잡아타고 파빌리온에 있는 햄버거 가게로 갔다. 이번에 온 차도 택시였는데... 심지어 수동변속기. 주행거리는 70만을 넘겼던데 차 상태가 좀;;; 먼저 탔던 40만km를 달린 차는 별 이질감이 없었는데 이 차는 곧 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시내에서 계속 반클러치를 쓰면서.. 한 손으론 전화기를 만지며 우리한테 Cameron Highland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느라 옆 차선으로 오는 차를 못봐서 화들짝 놀라고... -_-... reckless driving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 여튼 그래도 햄버거 가게에 간다니까 가장 가까운 곳에 내려주겠다고 했는데 정말 가깝긴 하더라. 이번에도 치즈버거, all the way + jalapeno. 매운 맛이 들어가야 느끼한 맛을 잠재울 수 있는 법이라..
근데 이 동네 햄버거 가게에도 땅콩은 없네. 이건 좀 아쉽... 햄버거를 먹고 나와서 차이나 타운으로 갔다. 별로 멀지 않은 곳이라 걸어서 가다보니 아까 봤던 그 흉물이 여기서도 보인다. 그런데 그 앞에는 공사를 하다 포기한 것 같은 건물이...
차이나타운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고 비가 그친 뒤 그나마 선선하던 날씨는 완전 뜨거워져서 더 이상 걸을 수가 없다. 다시 그랩을 불러타고 제주에서 같이 일하다 여기 말레이시아로 터를 옮긴 지인을 만나기 위해 NU Sentral로 갔다. 그래도 한 번 와본 곳이라고 친숙한 곳. 커피를 마시며 한참 이야기를 하고 헤어진 뒤, 해산물 뷔페로 가기 위해 KLCC 근처에 있는 호텔로 갔다. 여기서 바라보는 공원의 모습은 뭔가 좀 다른 나라같은 느낌?
뷔페는... 그렇다. 굳이 여기에 갈 이유는 없는걸로. 다시 밖으로 나와 공원을 가로질러서 쌍둥이 빌딩을 보러 간다. 공원에서 바라본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연못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알고보니 분수쇼를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2분 정도 후에 쇼를 시작한다길래 잠시 멈춰서 구경을 했다. 지나가는 길에 시간이 맞으면 볼 정도는 되는데 멀리서 찾아가서 볼 정도는 아닌 그런 느낌.
반대변으로 가서 타워 사진을 찍어봤다. 저 중간에 있는 다리는 양쪽 타워가 흔들릴 때 건물 안 밖으로 미끄러져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단다.
한 쪽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하면 다른 건물로 대피할 수 있는 통로 역할도 하게 만들었다는데 911 테러 이후에 전체 빌딩에서 대피를 해야할 때는 쓸모가 없었다고...
외부에서 사진은 찍었으니 이제 기념주화를 사러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가까이 다가가니 이 기둥 10개가 이 건물을 떠받치는 것 같지? 이게 더 대단하네!
건물 안에는 레이싱카를 매달아 놨더라.
단순한 모양일 줄 알았는데 스포일러라고 해야하나 리어 윙이라고 해야하나.. 이것도 복잡한 모양이네.
차체 바닥 전부를 매끈한 판으로 덮어놓은 것은 예상했던 것인데, 놀랍게도 앞쪽에 달린 스포일러 역시 한 장이 아니었다.
지하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기념주화 자판기가 있는데 이미 기념품 가게는 문을 닫은 모양이었다. 다행히 살짝 열린 틈으로 물어보니 자판기는 쓸 수 있게 해주겠다고.. 천만 다행이다. 이거 사러 다시 여기에 와야할 뻔 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돌아가기 전에 쇼핑몰 구경을 해본다. 꼭대기층에 서점이 있어서 구경을 하는데 이런 책이 있네! 지인에게 책 사진을 보여주니 중요한 것은 자전거가 아니지 않냐고... 그렇긴 합니다요...
하루 종일 시내 구경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11시가 다 되었다. 내일부터는 시험 대비 벼락치기를 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