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두번째 시험을 보는 날이다. 이제는 렌터카가 없으니 그랩을 이용하거나 해야하는데 9시 30분까지 가려고 하면 출근 시간대라 RM25 정도가 나온다. 거기에 통행료도 내면... 그래서 찾아보니 전철로 세 정거장 거리네? 숙소 앞에서 버스를 타고 전철역에 가서 갈아타면 된단다. 처음 타보는 전철이라 혹시 모르니 좀 일찍 나섰다. 하늘을 보니 비는 오지 않을 것 같네.
구글이 알려주는 버스 도착 예정시각까지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릴까 했는데 그냥 전철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자주 가는 쇼핑몰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요새 여기는 아침에는 한국보다 시원하다. 습도도 낮아서 내가 걸어서 다녀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 제주도에는 정말 7월 내내 비가 오는 모양이던데... 물론 한낮에는 뜨거워서 걸어다닐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지만...
저기가 전철역이다. 내가 타려고 했던 버스가 저건가? 생각보다 전철역 주변이 한산하다.
서울 지하철이랑 비슷한 개찰구에다 TnG카드를 대고 들어오니 두 방향으로 나뉜다. 나는 Kajang행을 타야하니 왼쪽, 1번 플랫폼으로 올라가면 되겠다. 분명 출근시간대인데 사람이 거의 없네.
저 쪽에서 전차가 들어올 모양이다. 창문도 없이 뻥 뚫린 곳이라 에어컨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도 환기는 잘 되고 있으니.. 근데 비가 엄청 쏟아질 때 역사 내부로 비가 들어오지는 않을까? 그러고보니 요새는 세차게 비가 내리지 않는구나... 스크린도어는 내 키보다 낮은데 이걸 넘어서까지 뛰어들 사람은 없지 않을까?
스크린에는 몇 분 후에 도착하는지 남은 시간을 알려준다. 2분 남았네 2분! 근데 저기 저 emergency stop button은 뭘 멈출 때 쓰는 버튼일까? 기차가 멈추나??
그래도 전차 안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서 앉아서 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세 정거장이라 얼마 가지않아서 내렸다. 저기 보이는 저 누런 건물이 오늘 내가 가야하는 곳이다. 저 통로를 지나서 내려가면 되겠다.
오늘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하나가 고장이 나 있다. 그냥 걸어서 내려가는데 느낌이 별로다. 움직이던 녀석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런 이상한 느낌이 드는건가? 매번 멈춰있는 에스컬레이터를 걸으면 왠지 앞으로 쓰러질 것 같다. 여튼 지난번엔 차를 갖고와서 잠깐 지나갔던 곳이다. 이제 F 블럭을 찾아야 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와버려서 시간도 넉넉하니 한 바퀴 돌아볼 생각으로 걸어봤다.
가만 걸어가다보니 건물이 어떤 식으로 배치되어 있는지 알겠더라. 역시.. 내가 가야할 곳을 지나왔구나. 다시 돌아서 가다보니 허허 저기 내가 가야하는 건물에만 표시가 떨어졌는지 원래 없었는지... -_-;;
어느 건물로 가면 되는지 확인도 했고. 여전히 시간도 많이 남아있고! 그래서 저번에 시험장 창문 너머로 본 것 같은 곳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그러네.. 저기 저 가려진 창문 너머에서 저번에 시험을 봤던거다. 잠깐 앉아서 writing test 자료를 읽다보니 이제 9시가 되었다. 슬슬 들어가볼까? 생각해보니 건물은 찾았는데 아직 어디로 들어가면 되는지는 모르잖아?
앉아서 쉬던 곳의 반대편으로 가니 입구마다 번호가 붙어있더라. 처음 다가간 곳은 12, 13호로 가는 통로인 모양이다. 그래서 다음 입구로 가보니 여기 있네!! 211호! 지난번에 지하주차장에서 입구를 못찾아서 당황했던 그 곳.. 이번엔 제대로 찾았다.
일찍 도착해서 등록을 하고 시험은 9시 30분에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도 같은 장소를 두 번째 방문한거라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아니까 마음이 편하다. 미리미리 간식도 다 챙겨놓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준비를 한 다음 시험을 시작했다. 그래도 이번 시험은 지난번보다 30분 정도 짧은 편이다. 이번엔 writing test가 있어서 결과는 며칠 후에나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이리저리 해서 시험은 봤다. 별로 공부도 하지 않고 있다가 말레이시아에 와서 급작스럽게 시험 두 개를 보려고 준비하느라 쉽지 않았지만.. 나름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이제 시험을 다 봤으니.. 말레이시아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_-;;
돌아오는 길에도 전철을 탔다. 확실히 출근 시간대보다 사람이 적어서 빈 자리가 더 많았다. 그래서 앉아서 창 밖을 구경하며 오다가 내리려는데.. 내가 서 있는 곳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급히 옆 문으로 내려서 확인해보니 스크린도어가 고장났단다. 근데 저 고장 표시는 외부에만 붙여놨네? 사람이 적어서 옆 문으로 내렸는데 사람이 많았으면 완전 망했을 것 같다.
저 멀리 보이는 누런 건물이 1 Utama 쇼핑몰인 모양이다. 전철역 바로 옆, 내가 가야하는 곳과 반대쪽에는 말레이시아 스러운 건물이 모여있는 주택가가 있다.
아래로 내려오니 정말 아무도 없다.
전철역 3개를 지나온 요금은 RM1.9, 600원이 안된다. 기본요금이 저렴한건지.. 전철요금 자체가 저렴한건지.. 돌아다닐 곳 근처에 전철역이 있으면 전철로 다니는 것도 괜찮겠다.
이렇게 쿠알라룸푸르에서 전철도 타봤다. 말레이시아를 떠나기 사흘 전에야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