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고장난 패널을 제거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지붕에 올라가서 실리콘으로 떡칠이 된 배선과 전선 몰드를 제거해본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쉬웠다.
패널을 연결하는 전선을 보호하기 위한 몰드 때문에 지붕에서 물이 흘러내려가는 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다보니 구석구석에 이물질이 쎃여있고 낙엽도 제법 끼어있었다. 다른 전선은 다 걷어내고 빨간색과 검정색 전선 두 가닥만 남겨뒀다가 새 패널과 연결하면 되겠다.
원래 달려있던 패널은 쉽게 제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테두리에 있는 실리콘을 제거해도 패널이 꼼짝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렛대로 사용할 트림 탈거 도구와 지붕이 상하지 않게 받쳐줄 합판 조각도 챙겨서 다시 지붕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장갑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한 켤레 챙기고!
실리콘을 엄청나게 발라놔서 진짜 뜯어내는게 힘들었다. 그래서 나머지 한 장은 뜯지말고 그냥 둘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패널 아래에 깔려있던 지붕은 색이 변했다. 얼마나 뜨거웠으면... 이걸 보면서 패널 아래에는 반드시 공기가 통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플렉시블 패널은... 아닌 것 같다. 내구성이 똥망이네.. 지붕에 남은 실리콘도 다 칼로 잘라내야 한다.
어우야 이 쪽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도색이 갈라지기도 했다. 이걸 보고서.. 나머지 패널 한 장도 반드시 뜯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근데 이 부분을 어떻게 다듬어놔야 할까? 새로 주문한 패널은 브라켓으로 고정을 해야해서 다행히 패널과 지붕 사이에는 공기가 흐를 수 있는 공간이 있게 된다. 그러니 이렇게 갈라진 부분도 그대로 노출되는데.. 누가 들여다 볼 높이는 아니라 미관은 중요하지 않지만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어서 도색이 벗겨지면 그 뒤로 더 손상이 심해질텐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남아있던 실리콘도 거의 다 제거했다. 한 장 제거하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린건가? 오늘도 해 질 무렵에는 카약놀이를 하러 가야해서 오늘 작업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뜯어낸 패널은 바닥에 내동댕이.. 이걸 재활용 해보려고 생각했었는데 뜯는 과정이... 패널이 무사할 수 없는 과정이다. 플렉시블 패널은 일회용인가... 충격과 진동에 약한데 그저 가볍고 예쁘다는 것 말고는...
뜯어낸 패널 뒷 면을 보니 이렇게 적혀있다. 셀은 독일에서 만들었고 조립은 중국에서 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주의사항을 잔뜩 담은 스티커.. 절대 밟으면 안된단다.. 물론 그 동안 나는 카라반 지붕에 올라간 적이 없었다. 가만히 놔뒀는데도 고장이 나버리네.. 그것도 두 장이 함께.. 기대수명이 3년 정도인 모양이다. 요즘 제품은 좀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이제 겨우 한 장 제거하고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내일 하나를 더 제거해야 하는데 비가 온다나? 아이고...
비가 그친 틈에 다시 지붕에 올라가서 나머지 한 장을 뜯어냈다. 어쩐 일인지 이건 생각보다 쉽게 뜯겨나오네!!! 그런데 이 쪽이 변색도 더 심하고 갈라짐도 더 심하다. 실리콘도 긁어낸 다음 걸레로 박박 닦아줬다.
어제 뜯은 쪽과 비교해보면 색깔도 확실히 다르다.
갈라진 범위도 더 넓고 갈라진 정도도 더 심해보인다. 이건 그대로 두면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느낌.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걸레로 창문도 닦아줬는데 이 녀석은 고정핀을 제거하면 쉽게 분리할 수 있겠다.
겉도 더럽지만 안쪽 면도 더러워서 다 뜯어낸 다음에 닦아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 정도로 패널 제거 작업은 끝냈고 이제 새 패널을 올려야 하는데 피스를 박으면 비가 샐 위험이 크다며 실리콘 만으로 고정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무조건 피스를 박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피스는 힘이 약하니 리벳을 써야 한다는 말도 있고... 어떤 의견이 맞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