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부모님께서 쓰실 트랙터를 좀 알아보고 있다. 이게 다 헤드가 나가버린 F3850 때문인데... 적당한 가격의 중고 매물을 찾다보니 트랙터라는 기계가 생각보다 비싸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더라. 19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트랙터가.. 엔진 마력 기준으로는 자동차에 한참 못미치는 녀석들이 가격도 만만치 않고 아직도 굴러다니니... 평이 좋지 않은 모델을 걸러내다 보니 한정된 예산으로는 살 수 있는 모델이 없네..;; 어설픈 신형보다는 완전 기계식인 구형이 고쳐가며 쓰기는 더 낫다고는 하는데 그것도 스스로 잘 고칠 수 있을 때에나 그런거고.. 사실 농기계는 정말 극한의 환경에서 굴러다니는 녀석들인데 그 중에 제대로 관리하고 손 보면서 쓰는 기계가 얼마나 있을까 싶긴 하다. 내 경운기만 해도 사온 뒤 필터 갈아주고 오일 갈아준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올해엔 엔진오일도 갈지 않았다. 마늘을 뽑고나면 갈아엎어야 하는데 그 때는 오일도 좀 갈아줘야겠지? 그리고 부하가 심하게 걸릴 때 클러치가 살짝 미끌어지는데 이것도 좀 점검을.... 내가 이렇게 쓰면서 상태 좋은 트랙터를 찾고 있다니...
그러다가 요즘 나오는 새 트랙터는 얼마나 좋은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도 궁금해져서 한국 농부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것 같은 존 디어 트랙터를 찾아봤다. 7R 모델이 나름 최신형인가 싶어서 살펴보면서 사소해 보이지만 작업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에 감탄하다가... 트랙터 캐빈에 오디오가 왜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 외국의 농장은 규모가 엄청나니까.. 하루 종일 캐빈에 앉아서 작업을 해도 하루에 끝나지 않을 수준이니 뭔가 다양한 장치가 있어야 할 것 같더라. 오디오 장치도 그렇고 냉장고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선 왠지 사치품일 것 같지만 다른 나라에선 정말 중요한 기능일 것 같다.
그러나 7R도 최신형은 아니었고.. 이제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모델이 나오더라.
광고 영상을 보다보니 농사라는게 특정 시기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다. 그런데 자동화가 되면 기계를 24시간 돌릴 수 있고, 사람은 캐빈에 갇혀있지 않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농장주 입장에선 가격이 좀 나가더라고 고려할 수 있을법한 투자 대상이 될 것 같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럴까?
그리고 자동차도 전기차로 넘어가는 시점인데 트랙터는 전동화가 되고 있나? 싶어 찾아보니 ㅎㅎㅎ 몇 년 전에는 기존 트랙터의 엔진 자리를 배터리로 가득 채우는 방식이더니 이제 자율주행을 기본으로 깔고 사람이 탈 자리를 아예 없애버리네..
그러면서.. 주말에 밭에 심어놓은 마늘을 관리하느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나는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나마 이번엔 마늘을 심어놔서 다른 해에 비해서 편하게 봄을 보내는 중이긴 하지만. 작년 10월에 마늘을 심는다고 하다가 허리가 아파 바닥을 기어다니며 심던 생각을 하면.. 올해 10월에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다음 달에는 스마트팜 박람회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구해놓은 12볼트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에 충전 컨트롤러를 하나 달아주고 스마트 밸브와 LTE라우터를 활용해서 최소한 물을 주는 것만이라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 여기에 카메라도 하나 달아서 잡초가 얼마나 자라나 체크를 하면서 적당한 시기에 제초제를 뿌린다거나.. 할 수 있게.
푸틴이 덕에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결국 다시 자급자족 농업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
공장에서는 3D 프린터와 머신 비전으로 사람을 몰아내고 농장에서도 자동화된 장비로 사람을 몰아내고.. 사람은 이제 뭘 하고 살아야 하나? 텃밭 가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