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하노이에서 사빠로 가는 버스를 탔다.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슬리핑버스를 예매해놨었고, 출발 전날 카톡으로 연락을 주더라. 원래 7시 30분에 롯데몰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는 일정이었는데 전날 연락이 와서는 6시 50분에 셔틀을 타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 지도에 위치 표시를 해서 여기가 셔틀 버스를 타는 곳이 맞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셔틀버스가 멈춰서 기다리는 곳은 도로변이 아니라 롯데몰 출입구 앞이었다. 그거 좀 제대로 알려줬으면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길 가에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텐데 .... 에라. 여튼 서호 롯데몰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홍강을 건너 기다리고 있던 슬리핑 버스를 탔다. 같은 셔틀버스를 타고 왔다고 똑같은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은 아닌 것도 좀 신기했다. 처음 타보는 버스라 막 신기하다. 신발을 벗고 타는건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정말 버스에 누웠을 때 어떨지가 궁금했었는데... 자리가 애매해서 나는 다리를 완전히 뻗을 수가 없다. 안전벨트가 있는 위치도 애매하다. 게다가 안전벨트가 버클을 채우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길이가 늘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누워서 움직이기도 어려워지는... 결국 어느 시점에 안전벨트를 풀어버렸다. 긴바지, 긴팔옷을 입고도 추워서 이불을 덮었는데도 에어컨이 너무 강하다. 바람이 나오는 곳을 닫아도 어디선가 강한 냉기가 밀려온다. 게다가 밖에 비가 와서 더더욱 춥다.
저 화면 아래 공간에 발을 넣으면 그나마 좀 길이방향 공간이 괜찮아지는데 모양이 애매해서 발을 넣으려면 다리를 돌려야 한다는... 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어느 순간 잠이 들었는데 버스가 휴게소에 들어온 모양이다. 내가 탄 버스는 이런 모양.
호찌민에서 무이네로 가는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소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여기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아마 일반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게 아니라 버스를 상대로만 장사를 하는 모양이다. 화장실 이용료를 1인당 3,000동을 받는데 요금을 받는 화장실이라고 하기엔 시설도 별로고 막 깨끗하지도 않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파는 음식도 별로... 이럴 줄 알았으면 먹을 걸 좀 챙겨올 것을.. 그나마 가방에 넣어온 콜라 한 캔을 마시고 다시 버스에 탔다.
한참을 더 달렸다. 휴게소에 두 번은 들른다고 하더니 우리 버스는 바로 목적지까지 와버렸다. 여기가 사빠에 있는 버스터미널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G8버스는 여기서 다 내리고 다시 하노이로 가는 사람들도 여기서 타더라. 우리는 숙소까지 셔틀 서비스를 신청해놔서 좀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하노이로 떠나는 사람들도 보고.. 그 버스가 떠나고 나니 작은 버스가 우리를 태우고 숙소까지 데려다줬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닌데 비도 오고 길도 잘 모르니 셔틀 서비스를 신청한 것은 잘한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해서 방으로 왔다. 비는 계속 오고 있고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색다르다. 3층인데 창을 가로막는 건물이 없어서 갑갑하지 않아서 좋다.
숙소에 짐을 두고 케이블카를 알아본다고 나왔다. 멀지 않은 곳이라 걸어가서 확인해보니 산에도 비가 오고 춥다고.. 그래서 내일 가보기로 하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확실히 관광지라 하노이보다 비싸다. 그래도 여기가 좋은 것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하노이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여긴 어디를 가도 영어로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다.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박물관에 가서 구경을 하고 비가 그치길 기다려볼까 싶어 콩카페에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연유를 넣은 쓴 커피.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독특하긴 하다.
한참을 기다리니 비가 좀 잦아들어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고산지대라 덥지 않아서 가게는 대부분 창문이 없다.
마실 것과 간식을 사려고 마트에 갔는데 재미난 신발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니엑?인가?
그 다음은 아디산?아아이산? 뭔지 모르겠다.
고산지대라 그런지 과자 봉지가 전부 빵빵하다. 하긴 여기 고도가 1400m 정도니까.. 1100도로 휴게소에만 가도 과자봉지가 부풀어 올랐으니. 가끔 홀쭉한 봉지가 보이는데 그건 어딘가 구멍이 났다는 뜻이 아닐까?
숙소에 와서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어두워지면서 가게마다 조명을 켜니 또 다른 분위기가 된다.
식당에 가서 두부 튀김 조림?과 쇠고기 볶음을 주문했는데 격분해서 사진이 흔들렸다. 여기 두부 요리는 맛있다. 두부를 어찌나 잘 튀기는지 식감도 좋고 양념도 독특한데 맛있다. 반면 고기는 생각보다는 별로..
저녁을 먹고 나와서 동네를 한 바퀴 걸어봤다. 하노이와는 다른 분위기. 매력적인 동네는 맞다.
전깃줄에 가득한 제비를 보고 놀라고...
낮에 왔던 곳을 다시 지나가는데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다. 시원하니까 산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음날 아침, 케이블카를 타고 판시판으로 간다. 날씨를 보아하니 정상에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가보자고.
케이블카를 타고 가서 내린 다음 다시 계단을 올라가야 정상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데 여기 줄이 엉망이다.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고 걸어 내려오다 발견한 조각. 뭔지는 관심도 없지만 저기 보이는 저 용두사미가 인상적이라 사진을 찍어놨다.
산에서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깟깟 마을로 가기 위해 스쿠터를 한 대 빌렸다. 여기서는 50cc 스쿠터는 구할 수 없고 그냥 평번한 스쿠터를 빌렸다. 하루에 15만 동이라는데 오후에 빌린다고 깎아주는 건 없다. 반납은 8시~9시 사이에 하면 된단다. 전화기 홀더는 없냐고 물어보니 없단다 -_-;; 빌려서 바로 주유소로 가서 휘발유를 3만 동어치 넣었다. 1리터 정도면 충분하다고들 해서. 그런데 우린 세 명이 타고 다녀야 해서 1리터보다는 조금 더 많이.
그래도 스쿠터가 있으니 돌아다니긴 좋다. 근데 깟깟마을 입구가 어디인지 잘 몰라서 무작정 아래로 내려갔다. 그랬더니 앞브레이크가 어느 순간 작동하지 않네? 망할.. 그 내리막을 내려왔다고 과열인가... 미약한 뒷브레이크를 잘 잡으며 내리막을 내려와 살펴보니 입장료를 받는 곳이 있다. 1인당 15만동. 7만동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한 방에 올리는 패기 보소. 나눠주는 지도는 실제 지형과 매칭이 되지 않아 거의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입장권 바코드 스캐너는 또 최첨단일세.. 과연 이 입장료를 누가 다 가져가는지 궁금해진다. 한참을 스쿠터를 타고 달려가니 정말 입구가 나온 것 같다. 옆에다 스쿠터를 주차하고 계단 아래로 걸어내려가니 이런 모습이...
여기 풍경도 독특한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전통 복장을 한 모녀가 지나가길래 오.. 현지인이구나 했는데 그 분 입에서 나온 것은 경상도 사투리...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건가.
산세가 험하다보니 폭포가 많고 물줄기는 거세고 소리는 엄청 시끄럽고...
물레방아는 그냥 장식품인지 삐걱거리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돌아가고 있다.
과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사는걸까. 아니면 낮에만 와서 일하는 일꾼들일까? 후자가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