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전기차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내년에 내연기관 차를 몽땅 없애볼까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KGM에서 나온다는 소문만 무성한 전기 픽업을 사도 될까? 중국산 핵심 부품을 쓰는 모양인데.. 부품 그 자체는 괜찮을 것 같은데 과연 KGM에서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낼까? 쓸만한 차일지 확인을 하려면 비교대상이 있어야 하니까 미리미리 전기차를 체험해봐야겠다. 그래서 어떤 차를 빌려볼까 하다가 가장 최근에 나온 ev3를 빌려봤다.
처음 차를 받아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배터리는 44% 충전이 되어있었고 이 상태로 제주공항에서 송당리까지 달려가니 배터리는 요 정도 남았다.
처음엔 회생제동을 자동으로 설정해놨더니 앞 차와의 거리를 기준으로 판단을 하는지 알아서 제동을 걸어대는 바람에 짜증이 솟아올랐는데 ipedal이던가? 수동으로 전환하니 훨씬 낫다. 차선 이탈 경고장치도 이질감이 심해서 꺼버리고.. 나랑 첨단 안전 장치랑은 맞지 않는 모양이다. 어라운드 뷰인가? 그게 달려있어서 후진을 할 때 차가 다가오면 자동으로 제동을 걸어버리는데.. 이것도 나의 안전 마진과 설정값이 많이 다른 모양이다. 저 멀리 지나가는 차가 있어도 제동을 걸어버리니.... 역시 첨단 안전장치랑 거리가 먼 느낌...
그 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오니 19%가 남았다. 20%가 남으니 충전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네. 집으로 돌아오는 긴 내리막에서 회생제동을 이용하니 속도 조절도 적당히 잘 되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은 좋구나.
EV3는 딱 적당한 출력에 주행 가능한 거리는 괜찮은데 3인용으로 쓰기엔 내부 공간도 그렇고 뭔가 애매한 차라는 느낌이 든다. 차는 높은데 정작 시트는 낮아서 머리 위 공간이 쓸데없이 남는 느낌. 좀 더 높았으면 시야라도 탁 트이지 않았을까..
썬루프는 틸트만 해도 햇빗가리개를 자동으로 다 열어버리는 바람에 눈이 부시고... 이럴바엔 없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때는 왜 핸들에 있는 스위치로는 볼륨 조절이 안되는걸까?
저녁을 먹고 한림에 있는 빨래방에 잠시 다녀왔다. 일단 세탁기를 돌려놓고 기다리는 동안 종종 이용하는 읍사무소에 들러 31%까지 충전을 해주는데 충전 속도는 저 정도. 히터를 살살 틀어놓고 차에 앉아서 기다리니 좋군. 충전속도도 트위지보다는 훨씬 빠르다.
350kw 충전을 지원해도 동네 충전기가 이모냥이다. 근데 완충하면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놀랍네.
다음날 아침 일찍 중문 맥도날드에 들렀다가 1100도로를 넘어 차를 반납하러 간다. 중문에서 빠져나올 때 배터리는 21%. 집에서 오는 길에 추워서 히터와 시트, 핸들 열선을 마구 켰더니 배터리가 생각보다 많이 닳았다.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변속을 하지 않아도 되고 토크가 일정하니까 확실히 내연기관 차보다 운전하는게 편하네. 근데 회생제동을 0단계로 하니 코너에서 속력이 줄어들지 않아서 1단계로 바꿨다. 뒤에서 차가 계속 따라와서 생각보다 빨리 1100도로 휴게소에 도착해서 살펴보니 11%가 남았단다.
그 뒤로는 공항까지 계속 내리막이라 배터리가 자꾸 채워지는 상황. 갖은 수를 써서 배터리를 써보려고 해도 그게 쉽지않다. 결국 8%를 남긴채 반납. 10% 가 되니 좀 더 무섭게 충전하라고 일러준다.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장점
뒷유리 시야가 갑갑한 것은 단점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지 못하는 것은 단점
뒷자리 착좌감이 좋지 못한 것도 단점
차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나오지 않는 것도 단점
나름 첨단 기술이 자꾸 개입하는 것도 난 별로....
다음 방학에 아이오닉 5와 ev6를 빌려봐야겠다.
근데 ev3를 원하는 날짜에 빌릴 수 있는 곳이 여기 밖에 없어서 빌리긴 했는데 결제를 하고 나서야 충전비 1만 원을 내야한다고 알려주는 것은 좀 불쾌하다. 44% 채워주고 만 원이라... 게다가 대여점 화장실이 정말 충격적으로 더러운 상태라.. 앞으로 여기서 빌리는 것은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차를 반납하고 다시 나의 트럭을 타고 돌아오는데 역체감이 엄청나지는 않다. 나는 첨단 장비보다 아날로그를 더 좋아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