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스페셜라이즈드 립락 20인치 모델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구입한 것은 엘파마에서 나온 베로+라고 하는 녀석이다. 사실 20인치 제품들은 다들 시마노 그립시프트 7단 변속기에 투어니 디레일러를 쓰는, 다들 고만고만한 녀석들이다. 결국은 디자인과 디테일의 차이인데... 이건 직접 눈으로 봐야하는데...
다른 일 때문에 서울에 갔다가 시간이 조금 남아서 급하게 자전거를 알아봐야겠다 싶어 몇몇 샵을 돌아다니면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던 모델은 메리다에서 나온 20인치 제품과 엘파마 베로였다.
우선 메리다는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는 광폭타이어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림브레이크를 사용한 제품이었다. 요새는 코스트코에서도 이 제품을 팔던데 당시 샵에서 안내받은 가격보다 코스트코의 판매가격이 더 저렴하더...
메리다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광폭타이어도 아닌 림브레이크 모델인데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점과.. 탑튜브가 일자로 되어있어서 아이가 타고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쓸데없이 앞변속기를 달아놔서 체인이 빠질 가능성만 더 높여놓고 무게만 무거워졌다는 점.. 그리고 아이가 메리다만 타 봤을 때는 괜찮다고 했지만 다른 자전거를 타 본 뒤에는 메리다의 일직선으로 뻗은 탑튜브에 다리가 걸리는 점이 불편하다는 것을 바로 지적하더라. 그래서 메리다는 탈락.. 게다가 왠지 난 메리다라는 이름이 별로...
지금 생각해보면 메리다는 20인치 자전거를 타려는 아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존 제품의 크기만 줄여서 자전거를 만든 것 같다. 메리다가 립락과 베로에 비해 나은 점이라고 해야하나?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물통걸이를 달 수 있는 볼트가 있다는 것 정도? 물통 끼우라고 탑튜브를 일자로 만들었나보다...
그 다음은 사실 립락을 보러 가려고 했는데 립락을 전시해놓은 매장이 나의 목적지와 정 반대.. 그리고 샵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그러다 발견한 것이 엘파마에서 나온 베로인데 스펙만 비교해봐도 엘파마의 베로가 더 나아보여서 베로를 보러 가기로 했다. 매장에 가서 직접 모델을 확인해보고 안장에 앉아보기만 했는데 아이도 이 모델을 마음에 들어해서 이 녀석으로 결정했다. 대신 색깔은 매장에 있던 파란색이 아닌 주황색으로 사고싶다고! 그런데 당시 매장에는 주황색 모델이 없었고 본사에도 재고가 없다고 했는데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보니 재고가 있어서 온라인으로 주문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집 앞에 커다란 자전거 상자가 도착!
메리다와는 다르게 탑튜브가 휘어있어서 타고내릴 때 조금이라도 덜 걸리고 쓸 일도 없는 앞변속기 대신 체인이 빠지지 않게 가이드 링을 달아놨다.
그 뒤 아이의 친구는 스페셜라이즈드의 립락 20인치를 구입해서 두 모델을 계속 비교할 수 있게 되었는데...
두 모델은 디자인도 비슷하고 광폭타이어에 크랭크에는 체인링이 하나 뿐이라는 점, 디스크 브레이크를 채용한 점 등 매우 비슷하다. 물론 디자인은 확실히 립락이 낫다. 베로는 뒷바퀴 폭을 확보하기 위해 프레임을 더 길게 만들었는데 립락은 그 부분을 둥글게 처리해서 비비와 뒷바퀴 사이의 간격이 베로보다 좁고 그 결과 전체 비율이 훨씬 보기좋게 되어있다. 물론 스페셜라이즈드라는 이름이 일단 이기고 들어가는데......
두 모델의 큰 차이는
1. 디스크 브레이크 작동 방식
2. 크랭크 체인 이탈 방지 장치 방식
3. 싯포스트 클램프
이 세 가지 정도?
베로는 유압식 브레이크를 사용했고 립락은 기계식 브레이크이다. 당연히 레버를 잡을 때의 감각은 유압식이 좋다. 대신 립락이 내세우는 것은 브레이크 레버 위에 다이얼을 달아서 레버와 핸들바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기 쉽게 했다는 것인데 사실 브레이크 레버는 작은 육각렌치가 있으면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 그걸 도구 없이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인데 이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수시로 바꿔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대신 기계식 디스크 브레이크와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는 차이가 크다. 사실 내가 베로를 사기로 결심한 이유의 핵심이 이것이기도 했고.. 아이들이 악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으니까 더더욱 유압식이 낫지 않나 싶다.
그 다음 크랭크의 체인 이탈방지 방식이 베로는 체인링의 양 쪽에 가이드 링이 있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체인이 이탈할 일이 없다. 그런데 립락은 바깥쪽에는 가이드 링이 있는데 안쪽에는 가이드 링 대신 체인이 체인링과 만나는 부분에 이탈 방지용 막대 하나가 붙어있다. 물론 이걸로도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체인이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존재가 아이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 부분 역시 베로가 낫다. 얼마 전 립락의 체인이 빠져서 다시 끼우는데 그 이탈방지장치가 상당히 거슬렸던 기억이.. 공구를 이용해서 가이드를 해제해야 쉽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싯포스트 클램프는 아이들 키에 맞게 안장을 올릴 때 만져야 하는 부분인데 립락은 볼트 방식을 쓰고 베로는 큐알 방식을 쓴다. 물론 베로가 안장 높이를 조절하기가 훨씬 편하다. 한 번 맞춰놓으면 거의 건드릴 일이 없는 성인용 자전거와는 달리 아이들 자전거는 자주 높이를 조절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큐알레버를 달아놓은 베로가 립락보다 낫다.
그리고 약 몇 먼저 구입한 아들의 베로보다 늦게 구입한 립락의 브레이크 로터에 녹이 더 많이 생겨있었다. 둘 다 비를 맞기도 했는데.. 베로보다 립락에 녹이 더 많이 생겼다는 것이 혹시 더 저렴한 재질을 사용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되기도 하고...
립락이 나은 점은 체인과 카세트를 크롬도금된 제품을 써서 뭔가 좀 깔끔해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빨 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베로보다 립락이 더 작은 크랭크 체인링을 쓴다. 그리고 립락과 베로는 타이어 폭이 다른데 이건 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들어 느끼는건데.. 베로는 헤드셋을 너무 저렴한 제품을 쓴 것 같다. 유격이 거의 없게 잠궈주니 핸들을 시계방향으로 돌릴 때 걸리는 느낌이 있다. 봐서 계속 이 모양이면 헤드셋을 뜯어보고 다른 제품으로 바꾸든지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음.
디자인을 중시한다면 립락이 나은데,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베로가 더 낫다.
아이한테 물어봤을 때 베로의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했기 때문에 베로를 살 수 있었는데 아이가 립락이 더 좋다고 했으면 아마 립락을 사지 않았을까? 결국 최종 결정은 라이더 본인의 몫!
20인치 자전거로 처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거라면 디레일러 행어 하나 정도는 여분으로 갖고 있거나 아니면 행어를 어느 정도 정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샵에 가서 고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싶을 때 바로바로 고쳐주는 것도 아빠의 역할일지도..
사실 20인치 수준에서는 앞변속기는 필요가 없다. 24인치라면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사실 24인치에도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동네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앞은 작은 체인링을 쓰고 뒷쪽도 제일 작은 체인링을 쓰는.. 괴랄한 세팅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냥 앞 체인링은 좀 작은 것 하나만 쓰고 뒷쪽만 바꿔가며 타는게 아이들도 편하고 체인이 빠질 가능성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근데 자전거를 어떤 것을 사더라도 제일 중요한 것은 꾸준히 타는 것이 아닐까 싶다. 18년 11월에 베로를 산 뒤 여기저기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그 전에 기어가 없는 자전거로는 가기 어려웠던 곳도 갈 수 있고, 오프로드도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아, 헬멧은 코스트코에서 파는 저 하얀 헬멧이 괜찮은 것 같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뒤에 안전등도 달려있어서 어두울 때에도 쓸 수 있고!
그리고 속도계를 하나 달아줬더니 최고속력이랑 달린 거리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나보다. 최근에는 14km, 11km 정도를 달렸는데 좀 더 연습하면 더 멀리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