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호치민을 떠나 무이네로 가는 날이다. 어떻게 가야 하나 알아봤더니 버스, 기차, 그리고 개인 차를 예약하는 방법이 있단다. 버스도 괜찮은 선택이긴 한데 우린 말레이시아에 들렀다 와서 짐이 너무 많다. 공항에서 호치민 숙소까지 올 때도 7인승 차량을 불러서 짐칸을 가득 채웠던... 그래서 아무래도 버스나 기차는 힘들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무이네에서 공항으로 돌아올 때 아침 일찍 와야 하는데 버스나 기차는 정해진 시각이 있으니 불가능. 개인 차량을 이용하면 원하는 위치에 와서 태워간다길래 이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차량을 예약해 놓긴 했지만 그랩으로 차를 잡으면 얼마나 나오나 싶어 확인을 해봤다. 7인승을 부르면 약 3백만 동이네. 16만원 정도. 따로 예약하는게 훨씬 저렴하긴 하다.
아침에 창 밖을 보니 어제 지나갔던 배처럼 자갈을 실은 배가 또 지나간다. 아침 7시 정도면 매일 지나가는건가? 근데 확실히 7시라고 하기엔 밝다. 1시간 더 앞당겨도 될 것 같은데.
일단 짐을 챙겨놓고 아침도 먹고 기념주화를 파는지 알아보기 위해 숙소에서 나왔다. 오늘 이 숙소를 떠나니까 이 풍경도 이제 빠이. 어젯밤엔 비가 무섭게 내려서 저기 건물의 불빛도 보이지 않던데
깜찍한 차가 있어서 가까이 가보니 타우너? 다마스와 경쟁하던 그 타우너? 여기에도 차량 무게와 적재중량을 표시해야 하는 모양이다. 차량 무게가 900kg인데 얼마를 더 실을 수 있다고??? 아 그게 아니구나 945kg을 실을 수 있다는 뜻이란다. TLBT가 차량 중량이고 둘을 합한 무게가 TLTB라는데 왜 둘을 더한 숫자보다 크지? 아.. 130kg은 이 차에 타는 사람 두 명 무게인 모양이다.
차를 불러서 멀리 있는 유명한 곳에 갈까 하다가 집 아래에 있는, 첫 날 실패했던 가게로 갔다. 아침에만 쌀국수를 판다고 했던 곳. 1983년부터 장사를 했다는 건가? 여기엔 간판에 반드시 가게 주소를 적어야 한더더니 정말 주소를 적어놓긴 했다. 내가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일 뿐...
쌀국수는 주문하면 거의 바로 나온다. 같이 나오는 저 풀을 넣어야 제맛이다. 저걸 넣지 않으면 그냥 뭐랄까 뭔가 빠진 맛이다. 쌀국수와 함께 베트남 커피와 다른 음료도 주문을 했는데 매니저 처럼 보이는 자가 오더니 다른 음료는 없댄다. 그런 다음 주문 받은 점원과 뭐라고 이야기를 하긴 하던데.. 근데 국수를 다 먹을 때까지 커피도 주지 않네?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취소하고 나가려고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니 곧 나온다네? 이건 마치 예전 중국집에 배달을 주문했는데 오지 않아서 전화로 물어보면 좀 전에 출발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느낌이다. 그러나 결국 커피는 안나왔고.. 나가려고 일어나니 또 뭐라고 하길래 그냥 취소해 달라고 했다. 이 가게에서 저 매니저가 제일 정신없고 산만한 느낌.
그 다음 그랩으로 차를 불렀는데 바로 한 대가 온다고 하더니 움직이지도 않는다. 오는 거 맞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없고 -_-.. 그래서 취소하고 다른 차를 불렀다. 이번에 온 차는 현대 액센트. 무려 수동이다. 주행거리를 보니 31만7천km.. 대단하네;;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카페에 앉아 도로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사람이 많은 곳은 지나쳐버렸다. 이렇게 의자에 나란히 앉아 차도를 바라보며 뭔가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보인다. 도대체 뭘 보는걸까? 왜 나란히 앉아서 차도를 바라보고 있는걸까?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볼 사람이 없네 -_-;
여기가 호치민 중앙 우체국이란다. 1800년대에 지은 건물이라고. 앞에서는 공연 준비를 하는지 장비를 옮기고 설치하느라 바쁘다
내부에는 이런 지도와 세계 곳곳의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가 있다. 그 아래는 뭘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간이 있다. 공중전화 부스인가?
이 건물도 특이하게 생겼다. 초록색으로 칠한 부분은 철제 빔을 휘어서 리벳으로 연결한 것 같다. 나름 지붕을 가볍게 만들려고 한건가? 그리고 그 아치의 하중은 아래로 이어지는 가는 기둥으로 전달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 건물에는 굵은 기둥이 없다.그리고 벽에는 호치민 초상화.
이런 식으로 기둥을 만들어 내부 공간을 넓고 높게 만들어놨다.
그러나 여기에서 어디에 물어봐도 기념주화는 없네. 대신 이런저런 동전을 파는 곳은 많다. 그래서 그냥 동전 모음을 하나 사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한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동전은 샀으니 이제 다시 돌아가 숙소에서 나와야 한다. 그랩을 불러놓고 길 건너편으로 가니 아주 익숙한 이름이 있다. 호아빈.. 쌀국수 가게 이름이지만 베트남의 주 이름이라네. 신기해서 간판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돌아보니 여기 서점으로 가려는 차가 서 있었다. 경적도 울리지 않고 기다리고 있더라. 이 때 생각난 것이 있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도로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가 거의 없다. 유일하게 빵빵거리는 때는 출근시간대에 교차로에서 꼬리를 물고 길을 막은 차 때문에 정작 자기 신호에 갈 수 없게된 경우였다. 그래서 도로에서 차를 타고 있으면 경적 소리를 거의 들을 일이 없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늘 빵빵거리는 차와 오토바이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또 신기한 것은 말레이시아에서 걸어가는 중에 지나가는 차 앞을 막았거나 하면 가차없이 경적을 울려댄다. 당연 사람은 깜짝 놀라지. 그런데 그 상황에서 앞에 있던 사람이 운전자에게 정말 미안해하며 사과를 하고 비켜주더라는 것이다. 도대체 차와 차, 차와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어서 이런 식으로 반응이 다를까 궁금했었다.
말레이시아에 오래 있다보니 Touch'nGo, TNG카드에 익숙해졌다. 바로 앞에 공용자전거로 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TNG라고 적힌 것을 보고 여기에서도 이 카드를 쓰나 싶어 살펴보니.. TRI MAN GROUP이네 -_-;;
이런 식으로 따릉이와 비슷한 공용자전거를 운영하는 모양이다. 근데 자전거 상태는 따릉이보다 훨씬 더 좋아보이네!
결정적으로 여기 자전거에는 전화기를 둘 수 있는 거치대가 있다. 그리고 저건 음료 컵을 놓는 자리인가보네?
짧은 시내 구경을 마치고 짐을 싸서 무이네로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