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네 숙소를 떠나 호치민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긴 하루의 시작. 새벽 5시에 숙소에서 차를 타고 출발했다. 예약해 놓은 차가 시간맞워서 잘 도착해서 짐을 싣고 곧바로 출발! 이번에 온 차는 Toyota에서 나온 Fortuner이다. 아마 2.7L 디젤인 것 같고 6단 수동 변속기가 달린 차량이다. 4륜 구동은 아닌 것 같은 느낌. 처음에 출발할 때는 깜깜했는데 조금 가다보니 동쪽에 해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오늘은 서쪽으로 달려간다. 그래서 조수석에 앉아서 해를 볼 일이 이 순간 밖이라 사진을 찍었는데... 역시 눈으로만 봐야 -_-;; 이른 아침인데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길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일찍부터 커피가게는 문을 열어놨네. 다행히 이른 시각이라 오토바이가 거의 없어서 무이네로 갈 때 한참 걸렸던 구간을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왔다.

역시나 이번에도 푹 파인 웅덩이를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길가에 트럭이 많이 서있다. 휴게소가 거의 없으니 이렇게 세워두고 근처 마을에 다녀오는건가?

근데 트럭이 아무데나 서있는 것은 아니고 이렇게 다른 도로와 교차하는 곳 근처에 주고 서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고속도로에도 차가 많지 않아서 여기서도 빨리 달려갔다. 역시나 1차로, 2차로 구분은 없는 것 같고 적당히 눈치를 잘 살펴서 미리미리 차선을 바꿔야 뜬금없이 느린 차에 발목을 잡히지 않는다. 이런 고속도로라면 내가 운전을 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올 때 탔던 카렌스보다 이 차가 더 편한 것 같다. 역시 배기량이 깡패인가... 한참을 달리다 휴게소가 나왔는데 여기도 그냥 통과! 며칠 전 문제가 있었다던 고속도로 구간도 문제 없이 지나와서 시간이 생각보다 적게 걸릴 것 같다. 이 강이 며칠 전 우회로에서 봤던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저 커다란 컨테이너선이 강으로 갈 수 있다는 것도 참 놀랍고 이런 배가 지나갈 수 있게 고속도로 교량을 엄청나게 높게 만든 것도 놀랍다. MB가 한반도 대운하 어쩌고 하면서 이런걸 만들겠다고 했던건가? 저런 배가 다닐 정도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은데 -_-;;

조금 더 가니 이제 호치민 시내로 진입하는 모양이다. 슬슬 오토바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 구간은 아직 고속도로인지 오토바이 차로를 분리해놨다.

드디어 오토바이 차선 분리벽이 사라지고 우리 차는 오토바이의 흐름을 끊고 우회전을 하는데 판티엣을 지나올 때 봤던 신기한 차가 여기에도 있었다. 트럭 짐칸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출근시간에 다니는 셔틀인가 했는데 차 앞쪽에 큰 영정사진이 걸려있네;; 이건 장의차인 모양이다. 영정사진을 보고 놀라서 막상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조금 더 가니 드디어 호치민 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이런 곳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을 존경해야 한다. 정말 이렇게 많은 오토바이가 다들 제각각 갈 길을 간다. 가끔 자전거도 등장하는데 때로는 도로의 한 가운데를 유유자적 달리는 자전거를 볼 수도 있었다. 모래를 싣고 가는 저것도 트럭이 아니라 오토바이...

아이를 오토바이에 태울 때는 헬멧을 꼭 씌우라는 홍보물이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전화기를 손에 들고 통화하지 말라는 것도 있었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남는 것은 사진 뿐인데....

아침 일찍 출발한 덕인지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어쨌거나 공항에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중간에 약국에 잠깐 들렀다 왔는데도 2시간 30분 정도 걸렸네.

일찍 도착한 덕에 빠르게 표를 받고 짐을 부치고 출국심사까지 마치려고 했는데 너무 일찍 와서 아직 우리가 탈 비행기는 수속을 시작하지 않았단다. 비엣젯은 셀프 수속 이런 것도 없어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돈을 내면 빠르게 처리해준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여유롭게 앉아서 숙소에서 챙겨준 샌드위치를 먹고 창구가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창 밖을 보니 나무에 물을 주는 모양이다. 그런데 주차해 놓은 차에도 물을 뿌려버리는데;;; 놀랍구나.

드디어 티켓을 받고 짐을 부쳤다. 이걸 줄을 서서 기다렸으면 아주 짜증날 뻔 했다. 그 다음 출국심사를 받으러 가는데 이게 중앙을 기준으로 좌, 우로 나뉘어서 줄을 서게 되어있다. 근데 이상하게 오른쪽에 사람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왼쪽으로 진입했고, 생각보다 사람이 적은데 아직 키가 작은 아이가 지그재그 라인 아래로 후다닥 달려가서 줄을 섰다. 그러다 옆 심사대가 빨리 끝날 것 같은지 옆으로 옮겨서네? 기다리는 사람이 1명 밖에 없었는데도 옮겨가길래 저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렇게 출국심사를 마치고 지나가는데 아이가 처음 서있던 줄은 아직 그 1명이 그대로 대기 중. 아이의 눈치와 빠른 판단, 실행력에 감탄하며 소지품 검사를 받으러 갔다. 여기서는 신발도 벗어야 하네 -_-;;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고 이제 비행기를 타러 갈 일만 남았다. 근데.. 우리는 여기서도 버스를 타야하는 모양이다. 망할...
시간이 남아서 3층으로 올라갔다. 창 밖으로 비행기를 구경하면서. 저 비행기는 게이트에 붙여놨구만 왜 우리 비행기는 버스를 타야 하는지...

시간이 남고 환전한 돈도 남아서 그 돈으로 음료수 하나와 물 하나를 샀다. 이 한 병이 2달러란다.

여기 공항에서 제일 맛있는 곳이라는 버거킹이다. 와퍼 세트가 14달러 정도 했던가? 샌드위치를 먹어놔서 딱히 배는 고프지 않고 비행기를 타면 기내식을 먹을 것 같아서 그냥 구경만 했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러 갈 때가 되었다. 게이트 근처로 가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우리 짐은 어디에 있나 싶어서 위치를 확인해보니 저기 멀리에 있다. 그래도 비행기에 잘 실어준 모양이다. 그럼 저기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는 말인데... 비행기 표에 적혀있는대로 게이트를 찾아갔는데 이상하게 다른 곳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가고 나면 우리가 들어가겠지.. 싶어 기다렸는데 갑자기 다른 게이트로 바꾼단다. 그래서 항공사 직원에게 다시 물어보니 11번 게이트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 게이트로 우르르 달려갔는데.. 망할 여기가 아니라 그 옆이란다. 사람들은 전부 우르르 몰려서 이동을 하고.. 난장판이다. 그래도 줄을 잘 서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옆에다 한 줄을 더 만드네? 근데 조금 뒤에 그 줄을 다시 없애버리네? 허허 이것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베트남 스타일인가??

에어컨을 틀기는 했는지 찜통같은 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가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네?? 놀랍다.. 저 아저씨는 내가 버스에서 내릴 무렵 우리 비행기 쪽으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오더라..

이 동네 비행기는 버스를 타고 오면 출입구 두 곳을 열어서 사람을 태우는 모양이다. 이렇게 해야 그나마 사람들을 빠르게 태울 수 있어서 그러는 모양인데 문제는 누가 앞 문으로 가고 뒷 문으로 가야하는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르르 앞 몰려와서 승무원한테 표를 보여주면 누구는 타라고 하고 누구는 뒷 문으로 가라고 알려주더라. 이 효율 넘치는 업무방식에 또 한번 놀랐다. 어쨌거나 우리는 앞에서 3번째 줄이라 앞문으로 탔고 어쩐 일인지 좌석 간격도 넓네? 수하물을 추가로 구입해서 그런건지, 여행자보험을 구입해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여기 앉으라니 좋네!

공항에서 게이트를 통과해서 비행기를 타기까지 대략 5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매우 효율적인 곳이다... 어쨌거나 나는 비행기를 탔고 곧 이륙할 모양이다. 어휴.. 잘 있어라 Vietnam.

드디어 이륙! 저 멀리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보인다. 이 복잡한 곳도 이제 안녕이다.

이 비행기에는 한국사람이 많이 탔다. 그런데 내가 봐도 좀 그런 사람들이 많다. 맨 앞 줄에 빈자리가 있었는데 통로 건너편에 앉아있던 사람이 자리를 그 쪽으로 옮긴 모양이다. 승무원이 뭐라고 하니 매우 거만한 말투로 얼마냐고 내가 사겠다고 말을 하더라. 그리고 어떤 사람은 승무원이 가방을 발 밑에 두라고 하는데 끝끝내 선반에 넣겠다고.. 거기 있는 카메라가 상할 수 있다고 승무원이 말하니 눈을 부라리며 카메라 내꺼라고... 비행 중에 안전띠 착용등이 켜져 있어서 화장실로 가려는 사람에게 돌아가라고 하니 짜증을 내며 돌아가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 참 무례하다 북미나 유럽 노선에서도 저렇게 행동할까 싶다. 한국사람들이 없는 비행기가 마음 편하지...
한참을 가다 대만을 지나갈 때쯤 창밖을 보니 구름이 아주 멋지다. 가끔 비행기에서 구름을 보면 우주에 있는 성운이 저런 모습일까 싶다.

조금 더 가니 나의 gps로그에 따르면 비행기가 제주도를 지나가고 있단다. 그래서 창 밖을 보니 정말 제주도가 맞네!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 동네도 보이고 우리 집도 보인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보려고 했는데 햇빛과 각도 등등의 문제로 실패... 그래도 나는 봤다.

조금 더 가다보니 새만금방조재도 보이고.. 지금은 서해대교를 지나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고 있을 때이다.

이제 공항에 거의 다왔다. 무의도... 앞에는 갯벌이 넓게 드러나 있네. 이제 무의도로 가는 다리가 생긴건가? 그러네 2019년에 생겼네. 내가 저길 갔던 때가 2011년인가? 2010년인가?

착륙한 뒤 한참을 달려서 멈췄다. 아.. 이제 내리는구나. 그래도 앞 쪽에 앉았으니 빨리 내릴 수 있겠다. 셔틀을 타고 이동해야 하지만 그래도 빨리 내려버릴란다.

다행히 셔틀이 빨리 와서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입국수속도 사람이 거의 없어서 빠르게 마무리하고 짐을 찾으러 가서 기다리는데.. 아직 비행기 근처에 있는 모양이다. 한참을 기다리니 우리의 짐 4개 중 2개가 먼저 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1개가 더 나왔고... 마지막 1개는 한참 뒤에나 나오네....

이렇게 40일이 넘는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처음 외국에 나갔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코로나때문에 심각하게 타격을 입은 곳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쇼핑몰, 상가가 문을 닫아버려 유령도시처럼 변한 곳도 있었다. 그래도 한국에 살고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 앞으로도 한국에 살아서, 한국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만...